실뱀장어
◆ 금덩어리 실뱀장어
‘2조원대 실뱀장어 시장을 선점하라’. 장어를 즐겨 먹는 극동아시아 4개국에 비상이 걸렸다. 양식에 필요한 치어(실뱀장어)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싸고 잘 잡히지도 않는 자연산 장어로는 수요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양식마저 어려워지면 장어 값이 천정부지로 뛸 수 있기 때문에 누가 먼저 양식용 실뱀장어 생산에 성공하느냐를 놓고 한·중·일과 대만·유럽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실뱀장어 시장은 극동지역만 한 해 약 2조원에 달한다.
흔히 (민물)장어라고 불리는 뱀장어는 생태 특성이 특이한 물고기다. 연어와 정반대로 어릴 때 강으로 들어와 민물에서 성장하다 짝짓기 시기가 되면 깊은 바다로 돌아간다. 전 세계적으로 뱀장어 종류는 18종이 분포하며, 바다 수심 300미터 내외에서 산란하고 6개월 이후에 실뱀장어 형태로 강으로 올라와서 성장하는 매우 특이한 생태특성을 지니고 있어서, 인공종묘생산이 매우 어려운 어종으로 알려져 있다.
성어(成魚)가 사는 곳은 극동 지역과 유럽, 북아메리카 등 다양하지만 산란지는 괌 인근 해역과 북대서양의 살가소 해역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인공수정이 안 되기 때문에 양식은 연안까지 다가온 실뱀장어를 잡아서 시작한다. 극동산 장어는 쿠릴해류를 타고 동남아시아·대만·중국·한국·일본 근처까지 와서는 각국의 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렇다 보니 실뱀장어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장어 수요가 많은 극동 4개국에서만 한 해 200t의 실뱀장어가 쓰인다. 이 중 100t을 쓰는 중국은 극동산을 포기하고 유럽산을 수입한다. 한국은 지난해 10.6t의 실뱀장어를 양식용으로 썼는데 이 중 8.2t을 수입했다. 가격도 치솟아 실뱀장어 1㎏에 800만~1000만원에 이를 정도다.
문제는 ‘국제 야생동식물 멸종위기종 거래에 관한 조약(CITES)’에 따라 2013년부터 유럽산 실뱀장어 거래가 전면 금지된다는 점이다. 김영만 수산과학원장은 “지금도 실뱀장어 종묘를 구하지 못해 운영을 포기하는 양식장이 늘고 있는데 중국이 극동산으로 수입처를 바꾸면 종묘 부족 현상은 훨씬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국은 수정부터 성어까지 전 과정을 인공적으로 조절해 양식하는 뱀장어 완전양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국립수산과학원(원장 김영만)은 금년에 「뱀장어 완전양식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2015년까지 뱀장어 완전양식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1단계인 2015년까지 실뱀장어 종묘생산 기술력을 확보하고, 2016년부터 실뱀장어 대량생산 기술개발을 위한 2단계 연구를 거친 후 어업인에게 직접 보급할 계획이다.
일본의 경우는 뱀장어 종묘생산 연구에 100여년 투자하여 지난해 완전양식에 성공하였으나 연간 실뱀장어 100~250마리의 생산기술 밖에 없어, 금년부터 대량 종묘생산 기술력 확보를 위해 대형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은 1970년대 정부 산하 수산연구소에서 인공종묘 생산 연구를 추진하고 있고, EU국가에서도 유럽산 뱀장어 자원 증강을 위해 인공종묘생산 연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뱀장어 완전양식이 성공할 경우, 자연자원 고갈을 방지하고 연간 1,500억원 내외의 종묘비를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출 전략품종으로 육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군산시 금강하구에서 실뱀장어잡이 그물. 울진군이 토종어종 보호를 위해 왕피천, 남대천 등 관내 하천에 실뱀장어 10만마리를 방류했다.